유언으로 손자에게 재산을 남겨도 ‘유증’ — 60일 안에 수용 의사 밝혀야
중국 민법전에서 ‘상속’과 ‘유증(遺贈)’은 엄연히 다르다.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유언으로 재산을 남기면 ‘유증’이 되고, 이때 수유자에게는 60일이라는 짧은 기한이 주어진다.
사건 개요
갑·을·병은 한 부부(부친과 모친)의 세 아들이다. 이 가운데 병은 1988년 일찍 세상을 떠났고, 병에게는 아들, 즉 부부의 손자가 있었다. 이후 부친은 2008년, 모친은 2017년에 각각 사망했다. 문제가 된 재산은 부부가 혼인 중 마련한 주택으로, 부친이 1996년 매매계약을 맺고 이듬해 소유권등기를 마친 것이다.
모친은 2006년 3월 1일 법률사무소 직원 두 명이 입회한 가운데 대서(代書)유언을 작성해, 자신의 재산 전부를 사후 큰아들 갑에게 남긴다고 정했다. 그런데 3주 뒤인 3월 22일, 모친은 같은 방식으로 유언을 다시 작성해 이번에는 재산 전부를 손자에게 남긴다고 내용을 바꿨다.
모친이 세상을 떠난 뒤인 2020년, 손자는 3월 22일자 유언대로 재산을 넘겨 달라며 소송을 냈다. 이에 맞서 갑은 “그 유언은 효력이 없고, 설령 유효하더라도 손자가 60일 안에 ‘받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니 앞선 3월 1일자 유언에 따라 내가 상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을은 “두 유언 모두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유산은 법정상속에 따라 나눠야 한다”고 맞섰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해당 주택을 갑·을·손자 세 사람이 법정상속에 따라 3분의 1씩 나누도록 했다. 다만 주택은 갑이 소유하되, 갑이 판결 확정 후 30일 안에 을과 손자에게 각각 주택 보상금 188만 100위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산하도록 했다.
‘상속’과 ‘유증’은 다르다
이 사건의 출발점은 손자에게 재산을 남긴 유언의 성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중국 민법전상 1순위 법정상속인은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부모다. 손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모친이 유언으로 손자에게 재산을 남긴 것은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유언상속’이 아니라, 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무상으로 주는 ‘유증’에 해당한다. 유언서에 ‘상속’이라는 표현을 썼더라도 그 법적 성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유증 자체는 법에 어긋나지 않으므로 유효하다.
수유자에게 주어진 60일
문제는 기한이다. 중국 《민법전》 제1124조는 “수유자(受遺贈人)는 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60일 안에 유증을 받아들이거나 포기한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하며, 기한 안에 의사표시가 없으면 유증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다. 상속인은 특별한 의사표시가 없어도 상속을 승인한 것으로 보지만, 수유자는 이와 정반대로 60일 안에 ‘받겠다’는 뜻을 적극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사건에서 손자는 유증 사실을 알고도 60일 안에 수용 의사를 표시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고, 결국 법에 따라 유증을 포기한 것으로 처리됐다.
그렇다면 손자는 왜 3분의 1을 받았나
유증이 효력을 잃으면 그 재산은 법정상속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나중에 작성한 3월 22일자 유언이 앞선 3월 1일자 유언을 대체했기 때문에, 유증이 실효됐다고 해서 3월 1일자 유언(재산 전부를 갑에게)이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갑이 단독으로 상속해야 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법정상속 단계에서는 손자의 지위가 달라진다. 손자의 아버지인 병이 모친(할머니)보다 먼저 사망했기 때문에, 손자는 아버지의 자리를 이어받아 상속하는 ‘대습상속’(민법전 제1128조)의 상속인이 된다. 그 결과 갑·을·손자가 각각 3분의 1씩 상속하게 된 것이다. 정리하면, 손자는 유증으로는 재산 전부를 받을 수 있었으나 60일이라는 기한을 놓쳐 그 권리를 잃었고, 대신 대습상속을 통해 3분의 1을 상속하게 된 셈이다.
교민을 위한 실무 포인트
유언으로 손자녀나 며느리·사위, 지인 등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에게 재산을 남기려 한다면, 그 사람은 상속인이 아니라 ‘수유자’가 된다. 수유자는 유증 사실을 안 날(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에 이미 알았다면 사망일)부터 60일 안에 반드시 ‘받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하며, 그냥 두면 권리를 잃는다. 뒷날의 분쟁에 대비해 그 의사표시는 서면 등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유언을 여러 차례 고쳐 쓴 경우 가장 나중의 유언이 앞선 유언을 대체한다는 점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